누구나 귀찮지만,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을거다. 나에게도 그런 귀찮은 일이 있는데 필름 카메라의 촬영 정보를 엑셀로 정리하는 일이다.

디지털 바디에서 찍는 사진에는 EXIF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 가지만 필름이야 어디 그런가.. 옛날에는 사진을 한 장 찍을 때 마다 촬영정보를 수첩에다 열심히 적는 분들이 많았다.

내 필름 바디는 촬영 정보가 메모리에 자동으로 저장이 된다. 셔터속도, 조리개 값, 노출, 측광, 렌즈 정보 등등
이게 처음에는 축복과도 같았지만(이거 되는 필카 거의 없을 걸??) 필름 한통에 36방이니 필름을 몇 통 찍게되면 그때부터는 이런 기능이 왜 들어 있어서 나를 이렇게 고달프게 만드나 싶지만..
그렇다고 기록으로 안 남겨두면 불안해 진다.. -_ -

DS-100이라는 물건이 있으면 촬영 정보를 txt 형식으로 저장하여 PC에서 바로 볼 수 있지만 이 물건 비싸기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. 그래서 그냥 적는다.

10롤 이상 찍었지만 일단 내가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10롤째다.

날짜, 시간(카메라에는 분 단위 표시), 그리고 필름 종류를 보면 내가 어디서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. 그래서 이 귀찮은 작업을 할 때면 사진 찍을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좋다.
아직 현상이 안 되었지만 보면 10. 31, 33, 34은 잘 나올리 없다고 예측 가능하다. 셔터 스피드가 확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흔들렸을 거니까..
조리개 값을 보면 아마 풍경을 찍었을 것이고, 렌즈를 봐도 인물을 찍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다.

현상 후 아래 시트를 확인하면 왜 사진이 잘못 찍혔는지, 잘 찍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.
이러니 저러니 해도 디지털 바디라면 이런 작업은 필요 없고 못 찍은 사진은 바로 확인해서 지우면 된다. 하지만 필름은 한 컷, 한 컷 쏟는 정성은 디지털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.
그래서 나는 앞으로 필름을 계속 찍을 것이고, 앞으로 이 귀찮은 작업을 계속 할 거다.

필름은 그래서 어렵다. 제대로 건진 사진이 몇 장 되질 않는다.. ㅠ_ ㅠ

Posted by Wylde :